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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FFLER] 고종 X 엄상궁이 빚어낸 '추격자' 뺨치는 대탈출극

100년 전 백성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쳐야 했던 이유를 찾아 아관파천 길을 걸어봄 ①

머니투데이 이예진 크리에이터, 홍재의 기자, 신선용 인턴디자이너, 박광범 기자, 하혜주 크리에이터|입력 : 2019/03/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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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00년 전 3월1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만명이 외친 "대한독립만세!" 거리로 뛰쳐나온 백성들은 목숨을 걸고 이렇게 외쳤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 4월 중국 상해에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어. 우리의 주권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임시로 정부를 만든 거지. 왜 우리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땅에 가서 임시정부를 세워야 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때 그 시절 조선으로 돌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아보려 해. 조선이 폭망ㅠ하는 과정에 무슨 사건들이 있었는지 말이야…(또르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3·1운동.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3·1운동.

폭망길을 걷던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사건이라 하면 '아관파천'을 꼽을 수 있어. 명성황후가 일본놈의 칼에 살해된 사건을 지켜본 고종이 위태로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경복궁을 탈출, 러시아 공사관(지금으로 치면 주한러시아 대사관)으로 도망간 사건 말이야.

한 나라의 왕이 왕궁에서 탈출한다? 남의 나라 대사관으로 도망을 간다? 얼마나 나라가 위태로웠으면 이런 일까지 벌어졌겠어. 그래서 머플러는 망해가던 조선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바로 이 아관파천에 주목했어. 고종이 도망친 아관파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당시 이 땅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알아봤어.

아관파천 길을 따라 걸어본 홍형과 용꼬리용용.
아관파천 길을 따라 걸어본 홍형과 용꼬리용용.

아관파천의 남주인 고종으로 변신한 '홍종'과 여주 엄상궁에 빙의한 '용상궁'과 함께 아관파천 전후로 벌어진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3편에 걸쳐 풀어볼게. 홍종, 용상궁과 함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100년 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으로 되찾으려 했던 우리의 주권이 어떻게 일본놈들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 알게 될 거야.



고종의 공식 프로필(=어진)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고종의 공식 프로필(=어진)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걸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던 고종만 봐도 알 수 있어. 고종은 22살이 돼서야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접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지.

아빠 흥선대원군은 서양과 교류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전국에 '양놈이 쳐들어 오는데 싸우지 않으면 친구 맺는 것이고, 친구 먹자고 주장함은 이런 매국노 XX!'란 내용이 새겨진 비석(=척화비)을 세울 정도로 단호박이었지.

흥선대원군이 양놈을 봤을 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흥선대원군이 양놈을 봤을 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때나 지금이나 세대갈등은 디폴트인가 봐. 고종은 그런 아버지가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고 뒷북을 치는 거라 생각했어. 명성황후도 생각이 같았지. 그래서 서양과 교류도 하고, 근대화 개혁을 밀어붙여서 조선을 발전시키려 했어.

고종이 바라보는 흥선대원군./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고종이 바라보는 흥선대원군./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세상 일이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진 않지. 고종이 이것저것 시도하고 노력을 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어. 고종은 힙한 조선을 만들려 했어. 먼저 양반이고 노비고 이제 위아래는 없다며 신분제도를 없앴지. 나랏일 하는 일꾼들도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뽑았어. 근데 같이 일하는 신하들이 다 일본편. 그래서 일본이 하라는 대로 함^^ 우리나라를 더 힙하게 만들려 했는데 결국 나중에 일본놈들이 조선 먹을 때 꽃길 깔아준 셈이지. 돈은 어떤 종류로 만들지, 종류별로 얼마나 값을 매길지 등 이런 것들도 싹 바꿨는데, 신하들은 모다? 일본편. 그래서 역시 일본 거 따옴^^ 일본이 조선 돈 쏙쏙 잘 빼먹게 만들어준 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중 하나가 명성황후가 일본 자객에게 시해(=살해ㅠ)된 을미사변이었지. 명성황후는 야금야금 조선을 잡아먹으려 기웃대는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를 내 편으로 만들어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일본을 막으려 했지. 일본은 그런 명성황후가 매우 거슬렸어. 그래서 명성황후를 제거하기로 했고 급기야 경복궁을 습격해서 죽여버린 거지. (게다가 칼로 찔러 살해한 다음 시신을 불태워서 증거도 없애려 했어)

아직까지도 일본은 을미사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음. ㅂㄷㅂㄷ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아직까지도 일본은 을미사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음. ㅂㄷㅂㄷ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1896년 새벽 경복궁 영추문으로 궁녀들이 타는 가마 두 대가 빠져나왔어. 가마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했지. 목적지에 도착한 두 가마가 열리자 한 대에서는 고종이(응?) 다른 한 대에는 세자가(응?) 얼굴을 빼꼼 내밀었지. 둘 다 여장을 한 채로.

고종이 왜 거기서 나와??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고종이 왜 거기서 나와??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궁녀들이 쓰는 가마에 무려 여장을 한 고종과 세자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친 이 사건이 바로 '아관파천'(俄館播遷)이야. 여기서 '아'(俄)는 아라사를 가리키는데 옛날에 러시아를 부르던 말이야. '관'(館)은 공사관, '파천'(播遷)은 왕이 궁을 떠나 피신했다는 뜻이고. 즉 '왕이 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다'를 줄이면 '아관파천'이 되는 거지.

독살될까 두려워 달걀과 캔으로 된 연유만 먹었던 고종.
독살될까 두려워 달걀과 캔으로 된 연유만 먹었던 고종.

명성황후가 일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걸 지켜본 고종은 자신도 곧 일본의 손에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웠어. 일본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일지 몰라 1분 1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내 곁에서 늘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해봐 ㄷㄷ

고종의 충격과 공포가 어느 정도였냐면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뒤통수를 치고 일본과 짝짜꿍해서 음식에 독을 타 죽일까봐 껍질이 있는 달걀, 캔에 담긴 연유만 먹으며 지냈대. 심지어는 연유캔 뚜껑을 자신의 눈 앞에서 따게 했고 아예 음식을 함에 넣어 자물쇠로 잠근 뒤 가져오게 할 정도였어.

독 탔을까봐 의심하고 또 의심한 고종./사진= JTBC 'SKY 캐슬' 방송화면
독 탔을까봐 의심하고 또 의심한 고종./사진= JTBC 'SKY 캐슬' 방송화면

독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뜻밖의 극한 다이어트까지 했지만 여전히 죽음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나 봐. 결국 고종은 러시아에 '일본이 나 못 죽이게 해협 미 플리즈'를 외치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친 거지.

이건 당시 조선이 세계 강국들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단 걸 보여준 사건이야. 일본놈들이 버젓이 왕이 있는 궁궐에 쳐들어와 왕비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는데도 조선 스스로 복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해야 했으니 말이야.



아까 고종과 세자가 가마를 타고 경복궁을 빠져나왔다고 했잖아? 근데 가마 안에 이 두 사람만 있었던 게 아니야. 고종이 타고 있던 가마엔 엄상궁이, 세자가 타고 있던 가마엔 궁녀 박씨가 함께 타고 있었지. 이쯤되면 엄상궁이 원샷 받으며 주인공으로 등장할 차례. 아관파천의 설계자이자 숨겨진 주인공이 바로 이 엄상궁이거든.

'아관파천' 미션 클리어한 엄상궁.
'아관파천' 미션 클리어한 엄상궁.

사실 엄상궁에겐 슬픈 전설..아니 '사랑과 전쟁' 혹은 네이트 판st의 숨은 사연이 있어. 어렸을 때 궁에 들어가 궁녀로 일한 엄상궁은 세월이 흘러 승진과 진급을 거쳐서 나중엔 궁녀계의 원톱인 상궁이 됐지. 명성황후을 모시며 일하던 엄상궁은 어느 날 고종의 승은을 입게 돼. 승은(承恩)은 '여자가 임금의 총애를 받아 임금을 밤에 모심'이란 뜻으로…(자세한 설명은 19금이라 생략한다)

함께 하루를 보...보낸 고종과 엄상궁./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함께 하루를 보...보낸 고종과 엄상궁./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이때 엄상궁은 고종과 19금이 있었단 걸 알리기 위해 방을 나오면서 치마를 뒤집어 입었대. 불륜녀의 패기 ㄷㄷ 이 사실을 알게 된 명성황후는 분노로 뒷목 잡고 쓰러질 판이었고 엄상궁을 없애버릴까 하다가 결국 엄상궁을 궁 밖으로 내쫓았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테니까. 이게 을미사변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일어난 일이야.

고종은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세상을 떠나고 단 5일 만에 엄상궁을 다시 궁 안으로 불러들였어. 아내가 죽고 5일밖에 안 지나서 불륜녀를 집에 들어앉힌 꼴이라 백성들의 뒷담화가 장난이 아니었대. 하지만 고종에겐 그만큼 엄상궁이 필요했다는 거.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는 거.

고종과 썸씽스페셜했던  엄상궁.
고종과 썸씽스페셜했던 엄상궁.

엄상궁이 머리도 좋고 깡도 있고 고종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니 고종의 아관파천 메이트로는 딱이었지. 실제로 엄상궁은 아관파천 미션 클리어의 지분율이 상당했어. 두 사람이 탄 무거운 가마를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까지 메고 갈 가마꾼을 섭외했고, 영추문을 지키는 수비병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아관파천 D-7부터 가마를 타고 궁을 들락거렸지. 그래서 아관파천 때 엄상궁(과 고종)이 탄 가마가 영추문을 프리패스했던 거야.

엄상궁의 작전 덕분에 고종과 세자는 경복궁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어. 러시아 공사관으로 가서도 엄상궁은 고종을 모셨지. 그리고 43살에 고종의 아이를 임신하는데…1896년에 아관파천이 일어났고 1897년에 아들을 낳았으니까…그게…그…

아버지를 많이 닮은 거 같은 영친왕.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아버지를 많이 닮은 거 같은 영친왕.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고종과 엄상궁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야. 아관파천을 성공시킨데다 왕의 아이, 그것도 아들을 낳은 엄상궁은 나중에 '귀인'이 되고 '순빈'이 되고 '순비'를 거쳐서 '황귀비'란 칭호를 받았어. 말단 궁녀로 시작해서 궁궐 내 여자 서열 1위, 만렙을 찍은 거지.



고종의 대탈출은 아관파천이 처음이 아니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아관파천 두 달 전에도 도망치려다가 실패한 일이 있었어. 바로 '춘생문 사건'이지.

1895년 11월 28일 새벽. 군인 800명이 경복궁 북동문인 춘생문으로 들어가 고종을 빼내려다 실패하고 말았어. 궁궐 안에서 문을 열어주기로 약속했던 대대장 이진호가 뒤통수를 쳤고, 일본에 들켜버렸고, 탈출은 망했고.

춘생문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자리.
춘생문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자리.

고종이 왜 엄상궁을 불렀는지 이해가 되지? 춘생문 사건만 해도 일본의 감시가 얼마나 심했는지, 주변에 배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겠지? 아관파천도 여러 단계의 준비 작업들 중에 하나라도, 관련자들 중에 한 명이라도 삐끗했다간 실패로 돌아갔을 거야. 만약 춘생문 사건처럼 됐다면 후폭풍이 어마어마했겠지. 일단 고종은 가마에 탄 채 바로 저승행이었을테고ㅠ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났음.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났음.

아관파천이 성공한 데엔 엄상궁의 활약도 있었지만 타이밍도 좋았어. 아관파천 직전에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전국에 의병이 일어났거든? 경복궁을 지키던 친위대는 의병을 진압하러 전국으로 흩어지게 되지. 덕분에 경복궁이 휑해지면서 감시의 눈길이 줄었고, 그 틈을 타 러시아 군인 100명의 호위를 받으며 고종과 세자가 경복궁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거야.

아관파천 나이스 타이밍./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아관파천 나이스 타이밍./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다가 결국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친 고종. 결국 고종의 선택은 이후 조선이 힘센 나라들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말아. 한편 시대의 대탈출극, 아관파천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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