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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② : '40년 친구'에서 '뇌물 공범'으로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영장실질심사'란? '기소'란?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입력 : 2018/04/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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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비포 & 애프터
구속 비포 & 애프터

지난 이야기 요약 :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대통령도 누구도 아닌 '자연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곧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고심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503'으로 불리는 구속 피의자 신세가 되는데…

#2 '40년지기 친구'에서 '뇌물사건 공범'으로(feat.최순실)

朴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검찰이 이제 할 일은 #기소(=재판에 넘기는 것)야. 朴을 구치소에 붙잡아 둘 수 있는 20일 안에 해야 하지. 근데 여기서 소오오오름 하나. 한 차례 연장을 한다 치고 朴의 구속 기간이 끝나는 날짜가 4월16일이었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바로 그날 말이야.

검찰은 朴을 구속했겠다, 몇 번 더 朴을 조사해서 재판에 넘기려 했지. 구속되고 첫 조사 날짜를 2017년 4월4일로 정하고, 검사들이 구치소로 가서 조사하기로 했어. 朴 보고 검찰청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변호인들이 경호 문제도 있고 하니까 검사들이 구치소로 와달라고 요청했다나봐.

정부가 제공하는 무상원룸.
정부가 제공하는 무상원룸.
매일 朴이 오늘 먹은 밥 반찬이 뭔지 알려주는 TMI 기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아이돌 사생이야 뭐야) 朴의 변호사들이 바뀔 거 란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어. 유영하 변호사가 앞장서서 변호인단을 이끌어 갔는데 스펙도 별로인데다 능력도 없다는(헌재 파면+구속 콤보) 비판이 나왔거든. 그와 동시에 판사 출신의 이력서 빵빵한 변호사를 구하려 노력은 하고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 한다는 기사도 나왔어. 朴이 워낙 누구 한 명한테 꽂히면 끝까지 챙기는 성격이어서 유영하 변호사가 쉽게 교체되진 않을 거란 썰도 있었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는 朴이 구속도 된 마당이니 몇 개 자잘한 혐의는 ㅇㅈ하고, 형량도 센 뇌물죄만 계속 부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거란 얘기도 나왔어. 죄다 '난 잘못 없음' '모르는 일임' '나 모르게 최순실이가 한 거'라며 잡아뗀 게 검찰과 법원을 화나게 하는 바람에 파면과 구속이라는 영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니냔 예측 때문이지.

혐의 전면 부인하다 구속된 朴, 진술 바뀔까

과연 朴은 마음을 바꿨을까?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부장검사가 2017년 4월4일 서울구치소로 출장 가서 조사한 朴은 역시나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였고, 11시간 가까이 이어진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해.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 최순실. 어느 날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으러 가던 최순실이 '억울하다'며 소리를 치자 한 시민이 '염병하네'라 받아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 최순실. 어느 날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으러 가던 최순실이 '억울하다'며 소리를 치자 한 시민이 '염병하네'라 받아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朴을 몇 번 더 조사하고 재판에 넘기려 했어. 그와 동시에 먼저 서울구치소에 있는 최순실을 서울남부구치소로 옮기기로 했지. 둘이 공범 사이인데 오며가며 마주친다거나 눈빛을 찡긋 교환하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 근데 서울구치소가 좁아서 둘을 떼어놓기가 힘들었대. 그래서 최순실을 옮기는 거로 결정했는데 새로운 구치소는 시설이 넓고 깨끗하다고 하니 어찌 보면 최순실에겐 더 행운이었을지도.

최순실이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사간 2017년 4월6일 朴은 첫 번째 조사와 마찬가지로 구치소로 출장 온 검찰로부터 2차 조사를 받았어. 이번에도 역시 유영하 변호사가 옆에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 朴은 '나는 모르는 일' '나는 결백해'라 주장했지.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
이쯤에서 '죄수의 딜레마'란 개념이 쫘악 나와줘. 만약 朴이 이대로 쭈욱 재판에서까지 '나는 몰라요'라며 혐의 부인 모드를 유지하면 재판 결과가 좋게 나올 수도 있어. 안종범의 수첩이나 정호성의 통화 녹음 기록과 같은 증거들이 있긴 하지만 검찰한테 아직까진 결정적인 한방, 물증이 없으니까.

근데 여기에서 문제는 朴 혼자만 혐의를 받는 게 아니란 거지. 공범 최순실이 있다는 거, 최순실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거, 이게 정말 머리 터지는 문제야. 朴은 끝끝내 결백을 주장했는데 최순실이 '나라도 살자'는 심정으로 '朴이 시킨 거' '朴과 짠 거 맞음' '제가 이렇게 다 말할테니 판사님아, 나는 봐줘ㅠ'로 태도를 바꾸면 朴이 피박(가중처벌) 쓰는 거지. 거꾸로 朴이 먼저 혐의를 인정하고, 최순실이 끝까지 잡아떼는 경우엔 朴 개이득, 최순실 헬게 오픈인 거고.

게임은 시작됐다. /사진=tvN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방송화면
게임은 시작됐다. /사진=tvN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방송화면
가장 좋은 건 朴과 최순실 둘 다 입 꾹 다물고 '나는 억울하다'를 밀고 가는 거야. 그게 둘 다한테 윈윈이지. 문제는 이걸 다 알고 있어도 서로를 못 믿는다는 거야. 나는 쟤를 믿었는데 쟤가 배신 때리면 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거니까 자꾸 머리를 굴리게 되겠지. 아직까진 朴과 최순실 둘 다 친구 입꾹 전략으로 가고 있어서 윈윈에 다가가고 있지만 언제 우정이 와장창 깨질진 아무도 모르는 일.

검찰은 朴을 몇 번 더 조사하기 위해 2017년 4월7일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어. 이로써 朴의 구속 기간은 4월19일까지로 늘어났지. 대신 기소 날짜는 구속 마지막 날인 4월19일이 아닌 4월17일 이전으로 잡혔어. 朴의 파면으로 대통령 TO가 나버려서 봄에 대선을 치르게 됐는데 공식 선거운동이 4월17일부터였거든. 朴의 재판이 대선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되잖아?



한편 서울구치소에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朴은 9명의 변호사들 중에서 최애 유영하 변호사와 채명성 변호사를 빼고 나머지 7명을 잘라버렸어. 안 그래도 변호사들끼리 사이가 ☆루란 소문이 돌았는데 그게 진짜였나봐. 검찰 조사에도, 헌재 탄핵심판에도 출석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바람에 朴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지만 朴의 고정픽은 영원했지.

503의 영원한 고정픽, 유영하 변호사.
503의 영원한 고정픽, 유영하 변호사.
朴은 구속되고서 이틀에 한 번 꼴로 구치소를 찾아온 검찰의 조사를 받았어. 모두 5번 조사를 받고서 2017년 4월17일 재판에 넘겨졌지.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 파면당한 대통령은 법정행이었던 거야.

검찰은 朴을 모두 18개 혐의로 기소했어. 롯데그룹과 SK그룹한테 K스포츠재단에 돈 좀 내라고 요구한 게 뇌물죄 혐의로 추가됐어. 재단에 몇십억원이나 되는 돈을 내면 그 대가로 롯데는 면세점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SK는 여기에다가 플러스로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쿵짝쿵짝 했다는 거였지. 사실 롯데는 70억원을 냈다가 다시 돌려받았고, SK는 朴의 딜을 거절했어. 그래도 죄가 돼. 뇌물을 실제로 주고받지 않고 '요구'만 해도 처벌할 수 있거든.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렇게 해서 朴의 뇌물 혐의는 액수가 무려 592억원이나 됐어. 뇌물죄는 액수가 1억원을 넘기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져(특정범죄가중처벌법 2조). 원래 형법에서의 뇌물수수죄(129조)와 제3자뇌물수수죄(130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주고받은 금액이 커질수록 처벌을 세게 때리지.

이 많은 혐의들을 언제 다 살펴본담?
이 많은 혐의들을 언제 다 살펴본담?

재밌는 건 朴이 삼성 보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 내라고 눈치를 줘서 결국 돈을 일부 받아낸 걸 두고서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강요 혐의가 동시에 적용됐다는 거야.

원래는 누군가 나쁜 짓을 저지르면 하나의 혐의로 기소해야 해. 만약 누군가가 나쁜 짓을 여러 개 저질렀다면 각각의 나쁜 짓에 따라 다른 혐의가 적용되겠지(=실체적 경합). 예를 들어 도둑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돈을 훔쳐 달아났어. 도둑이 저지른 나쁜 짓은 ①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감 ②돈을 훔침 등 2가지잖아? 법적으로 ①은 주거침입죄고 ②는 절도죄가 돼.

朴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삼성한테 '재단에 돈 좀 내지?'라고 대통령이란 직위를 내세워 답정너를 시전한 건 직권남용 혐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하고만 단 둘이 대화를 나눈 결과 朴은 삼성의 골치 아픈 일을 도와주기로 하고(=부정한 청탁), 삼성은 재단에다(=제3자) 돈을 더 내기로 한 건(=뇌물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된 거야.

검찰은 고민 끝에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죄를 세트로 묶어 적용했고, 이게 재판에 가서도 ㅇㅈ받을 거로 내다봤어. 반면 朴쪽은 억지로 묶지 말고 할 거면 하나만 하라고 주장했지. 朴 입장에선 뇌물죄보다 형량이 덜한 직권남용·강요죄를 미는 게 유리했을 거야. 앞으로 재판에서 검찰 vs 朴 변호인단이 싸울 부분, 재판의 꿀잼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지.

檢 "뇌물과 강요 동시 적용가능"판단…왜?

또다른 하이라이트는 朴과 최순실이 '경제공동체'로 묶일 수 있느냐, 없느냐야. 둘이서 '니돈=내돈' 하는 사이가 맞냐는 거지. 최순실이 朴 대신 집도 사고, 옷값도 내주는 걸 보면 둘이 '경제공동체'가 맞다는 게 검찰 입장이야. 반면 朴도, 최순실도 '경제공동체가 뭐임?'이라며 억지로 엮지 말라는 주장이고.

죄수의 딜레마 스타트!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화면
죄수의 딜레마 스타트!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화면
朴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맡게 됐어. 이미 최순실,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재판을 진행중인 재판부에게 추가로 일거리가 던져진 거지. 어차피 다 '공범'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같은 재판부가 한꺼번에 살펴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고.

자, 이렇게 해서 6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는 마무리됐어. 이젠 '재판정'이라는 새로운 스테이지로 가야지! 과연 법원은 592억원이나 되는 朴의 뇌물 혐의를 얼마나 유죄로 인정할까? 재판에서 朴과 변호인은 어떤 논리로 무죄를 주장할까? 구치소 철창에 갇힌 채 재판까지 간 마당에서도 '죄수의 딜레마'를 이기고 朴과 최순실 둘 다 윈윈할 수 있을까?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