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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배린이' 덕분에 PC방·부품 사장님 '덩실덩실' 개꿀(찡긋)

[배그노믹스]②PC도 사게 만들고 PC방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배그만의 힘은?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입력 : 2018/06/03 05:00|조회 : 9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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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국내 게임계에 대박 상품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배틀그라운드. 줄여서 '배그'. 이 게임 덕에 PC방 사장님도 부품판매업계 사장님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으니. 롤과 옵치에 빠져있던 수많은 게임 유저들이 배그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무지막지한 생존게임 배그는 어디서부터 불어왔으며 어디까지 번져나갈 것인가...?

치킨을 먹기 위해 오늘도 로비로 ㄱㄱ!
치킨을 먹기 위해 오늘도 로비로 ㄱㄱ!

배그 인기가 많은 건 알겠는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배린이(배틀그라운드+어린이)로서 느낀 점과 주위에서 말하는 배그 입덕 이유가 뭐냐면 말이야…

일단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 게임을 즐겨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배그는 굉장히 참신한 게임이야. 콘솔 게임에선 종종 볼 수 있는 장르지만 총싸움게임도 아닌 것이, RPG도 아닌 것이, '배틀로얄'이라고만 하기엔 좀 아쉽고 말이지.

'서든어택'을 비롯한 일반 총싸움 게임은 많아. 옛날 옛적 CD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레인보우식스'도 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페셜포스' '크로스파이어' 등은 총 잘 쏘고 칼질 잘해서 상대를 많이 죽이면 끝인 게임이었지.

그래서 "난 총싸움에 소질 없어"라며 아예 이 장르를 피하는 사람도 많았어.(#나_포함) 특히 게임을 나중에 시작한 사람이라면 '나만 못해서' 우리 편한테 민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

근데 배그는 총싸움만 잘해서 되는 게임은 아냐. 배그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해줄게. 배그는 한정된 공간에서 100명이 싸워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게임이야. 여기서 '한정된 공간'은 8㎞×8㎞로 웬만한 도시 하나 정도의 스케일이지. 울릉도(72.56㎢)보단 작고 부천시(53.44㎢)보단 커.

START 버튼을 클릭하고 게임이 시작되면 100명의 플레이어들은 맨몸으로 수송기에 탄 채야. 지도를 보면서 가고 싶은 마을을 선택한 다음 적당한 지점에서 낙하하지.

스카이 다이빙은 기본.
스카이 다이빙은 기본.


낙하산이 펼쳐지고 점찍은 마을에 도착해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한 무기를 찾아야 해. 권총·돌격소총·저격소총·기관단총 등등 총도 줍고 총에 맞는 총알도 쟁여놓고 다쳤을 때 필요한 구급상자·붕대·진통제·에너지 드링크 등도 챙겨야 하지. 아이템을 담아놓을 가방도 필요하고. 정 아이템이 없다면 낫, 빠루라도 들거나 아니면 주먹 하나로 싸워야 해.

만약 총을 쏘거나 프라이팬을 휘두르거나 수류탄을 던져서 상대를 죽였다면 상대가 갖고 있던 아이템들을 골라 주울 수 있어. 상대가 좋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개이득이지.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10분, 20분을 돌아다녀도 적의 코빼기도 못 보는 경우가 있어. 혹은 배린이들의 경우 다들 무서워서 집안에 꼭꼭 숨어있느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아이템 줍줍만 하는 경우가 많지.

이러면 무슨 재미게? 그래서 배그엔 '자기장'이란 게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플레이 공간이 줄어드는데 공간이 작아질 때마다 자기장이 다가와. 자기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면 플레이어의 체력이 닳고 결국엔 죽게 돼. 열심히 달리거나 차를 타고서 어떻게든 자기장을 벗어나 플레이 공간으로 진입해야 하지. 결국 나중에는 매우 좁은 공간에 소수의 플레이어만 살아남아.

이렇게 되면 총만 잘 쏜다고 배그를 잘하는 게 아니겠지? 자기장이 다가오는 시간을 신경써야 하고, 지형·지물을 잘 파악해서 적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고, 적을 발견했을 땐 적과의 거리와 내가 든 총의 특성을 고려해 총을 발사해야 해.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보니 플레이어마다 전략도 다르고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 달라. 어떤 사람은 막 돌진해서 최대한 상대를 많이 죽이는 데 재미를 느껴. 이런 플레이어들을 '여포'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애초에 수송기에서 뛰어내릴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핫플로 향하지. (#포친키로_와라)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미라마의 풍경.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미라마의 풍경.


어떤 사람은 한적한 해안가 동네를 다니며 천천히 아이템을 줍줍하면서 자기장이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 조금씩 이동하기도 해. 이런 사람들은 주로 1등을 해서 치킨을 먹는 데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지. 쓸데없는 전투는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싸워서 끝까지 살아남겠단 전략이야.

또 다른 플레이어는 가급적 싸우지 않고 도망 다니는 재미로 배그를 해. 자기장이 오지 않을 공간을 선점하고 꼭꼭 숨어있다가 멋모르고 다가오는 상대를 죽이는 데 부동산 전문가들도 있고.

중요한 건 게임은 하나인데 거기에 참여하는 100명의 플레이어들은 각자 다 다른 재미를 느낀다는 거야. 물론 '치킨'이 최종 목표인 건 모두가 같겠지만 말이야.

◇데스크탑, 헤드셋도 잘 팔리네

최ㅇㅇ(33·서울 중랑구)

- 배그 때문에 컴퓨터 업그레이드 2번 함
- 2017년: 24인치 모니터, 지포스 GTX1050, 7.1채널 헤드셋, 로지텍 마우스, 마우스 패드 구입
- 그래픽 카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나머지 업그레이드
- 2018년: AMD 라이젠 5 1600 CPU, AB350M 메인보드, DDR4 8G 램 2개, SSD 구입


배그 좀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배그는 3만원+150만원짜리 게임"이라고들 해. 일단 배그를 PC방이 아닌 집에서 하려면 게임을 구입해야 해. 카카오게임이나 스팀에서 배그는 3만2000원이야. 돈 안 내면 게임 못함.

그리고 필요한 게 좋은 사양의 PC야. 사실 배그가 고사양 PC를 요구하진 않아. 그냥저냥 보통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배그 설정을 최대한 낮추면 게임이 돌아가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배그를 잘 하고 싶다면 얘기가 달라져.

배그는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잖아? 그러다보니 저~~기 멀리 있는 적을 발견해야 하거나 같은 건물 안 다른 층에 있는 적을 찾아내야 할 때가 많아. 아무 생각 없이 뛰어만 다니다간 듣도 보도 못한 적한테 총 맞아 죽기 십상이거든. 또 한가지. 갑자기 적과 마주했을 때 마우스가 삐끗하거나 컴퓨터에 렉이 걸려서 버벅대면 총 한 번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겠지?

배그를 잘하려면 잘 보고 잘 들어야 해. 멀리 있는 적을 보려면 그만큼 모니터도 크고 그래픽카드도 좋아야 유리하다고. 잘 들으려면 좋은 헤드폰도 필요하지. 상대방의 발소리, 차 소리를 듣고 적이 있는지 알아 차리려면 그냥 헤드폰으로는 안되고 7.1채널 헤드폰이 필요해. 그래야 정확히 어느 쪽에서 소리가 나는지 방향이 가늠이 되거든.

배그에는 둘이서 편을 먹는 '듀오'나 넷이서 편을 먹는 '스쿼드' 모드가 있어. 친구들과 혹은 모르는 사람과 팀을 짜 플레이할 땐 서로 대화를 해야 협동 플레이가 되겠지? 이럴 땐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지. 바로 헤드셋.

글로 채팅하면 안되냐고? 배그에선 글로 쓰는 채팅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적을 발견했을 때 빛의 속도로 총을 쏘거나 도망가야 하는데 언제 키보드를 두드리겠어. 그래서 헤드폰이 아닌 헤드셋이 필요한 거야.

아무튼 이렇게 많은 장비들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치킨 먹기는 요원하다는 말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새로 사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데 많은 돈을 쓰고 있어. '3만원+150만원'에서 150만원은 컴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인 셈이지.

이쯤에서 게임 때문에 컴퓨터 업그레이드 한 적 있는 사람, 손! CD게임이 한창 유행했을 때나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온라인 게임으로 막 나왔을 때 정도? 그 이후로는 고사양 게임이 별로 없었단 말이지. 그래서 컴퓨터가 더이상 팔리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많이들 봤을 거야. 예전에는 PC를 스마트폰처럼 2년에 한 번씩 바꾸고 했지만 요새는 5년 넘게 쓰는 사람도 많거든.

배그 덕에 PC와 주변기기 파는 사람들도 신이 났지. 컴퓨터 조립할 때 젤 많이들 찾는 '다나와'에 물어봤어. 배그가 인기를 끌고 나서 진짜 매출이 늘었는지 말야. 그랬더니 맞대. 조립PC를 맞추는 사람도 늘고 그래픽카드에 투자하는 사람도 늘었대.

올해 1분기(1월~3월)에 '샵다나와'에서 팔린 조립PC는 4만8024대인데 이게 2017년 1분기랑 비교하면 거의 30%가 늘어난 거라고 하네. 고사양 PC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한 대당 쓰는 돈도 예전보다 10만원 이상 비싸졌대.

그래픽카드는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23% 가량 더 팔렸다고 해. 판매개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가상화폐 채굴 때문에 그래픽카드가 비싸진 이유도 있지만) 그래픽카드 판매금액은 81%가 늘었대.

헤드셋도 중요 요소 중 하나라고 했잖아. 헤드셋도 엄청 많이 팔리고 있어. 2017년 1분기 대비해서 2018년 1분기에 헤드셋 판매량은 49%가 늘었대. 판매금액은 114% 늘어났고. 2배 이상 매출이 뛴 거지. 7.1채널 헤드셋으로만 보면 더 늘었는데 판매량은 186% 늘었고 판매금액은 172% 늘었대.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게. 요새 많이들 보는 TV프로그램 중에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이라고 있잖아. 거기 나오는 배우 인교진이 부인 소이현 몰래 PC를 사는 장면 봤니? 한 컴퓨터 판매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인교진한테 PC판 사람입니다"를 내걸고 인교진이 조립해간 PC사양을 그대로 공개해 팔고 있어. 그 옆에는? 배틀그라운드 마크가 뙇! 배그용 PC를 샀단 얘기지.

인교진이 샀다는 바로 그 PC! /사진=이엑스코리아 홈페이지
인교진이 샀다는 바로 그 PC! /사진=이엑스코리아 홈페이지


신이 나기는 PC방도 마찬가지야. 게임트릭스 기준으로 지난 2월 PC방 사용 시간은 713만시간으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21%가 늘었어. LoL이 한창 인기를 끌던 2015년 2월과 비교했을 때도 5% 가량이 늘어난 수치야. 한동안 PC방을 떠났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배그 덕에 게임하러 PC방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지.

한 PC방 직원한테 물어보니 "배그 정식 출시 이전과 비교했을 때 10~15%정도 매출이 늘어났고, 40~50대 손님 비중도 증가했다"고 하더군.

◇진짜 '배린이'와 핵쟁이들

게임이 잘 돼 신나는 사람도 있지만 싫은 사람도 많을 거야. 특히 애들 하루종일 게임하는 게 꼴보기 싫은 엄빠들. 안 그래도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만 붙어있어 걱정스러운데 게다가 총싸움이라니.

더 큰 문제는 15세 이용가인데 더 어린 친구들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배그를 즐긴다는 점. 가끔 음성채팅을 듣다보면 KTX를 타고 가다 들어도 초딩이 분명한 목소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어. PC방에선 '초등학생이 배그하다 걸리면 즉각 퇴실 조치'라 적힌 경고문을 볼 수 있지.


↑ 배그 스트리머 '윤덕규'가 핵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해 본 영상

또 하나의 문제는 불법 프로그램으로 게임의 재미를 없애버리는 '핵쟁이'들이야. '핵'(hack)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면 몇 레벨의 어떤 아이템이 어디에 있는지, 적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전부 들여다볼 수 있어. 움직이는 적의 머리에 자동으로 총이 조준돼 마우스를 딸깍 클릭만 하면 총알이 날아가 박힌다거나 탄창이 무제한 리필되기도 해. 핵만 있으면 치킨은 껌이란 소리지.

일반 플레이어들은 이런 핵을 쓰는 핵쟁이들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사라진다며 불만이 많아. 배그 측도 핵을 잡느라 열심이지만 역부족이지. (심지어 모바일 배그는 출시된 지 이틀 만에 핵이 나왔을 정도) 끊임없이 업뎃되는 핵 프로그램과 그런 핵을 구입해 사용하는 핵쟁이들을 막지 못한다면 순수 플레이어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제발 치킨은 핵 말고 니들 실력으로 먹으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