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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⑧ : 거친 朴·불안한 구인장·그걸 지켜보는 특검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朴에겐 '증인' 구인장 발부 하나마나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입력 : 2018/04/13 18:53|조회 : 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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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젤 예쁜 발가락 사진을 들고 옴. /사진=Pixabay
그나마 젤 예쁜 발가락 사진을 들고 옴. /사진=Pixabay
지난 이야기 요약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왼쪽 발가락이 아프다며 며칠씩 재판을 짼다. 재판부는 서울구치소의 의견을 듣고서 '그 정도로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당장 재판에 나오라고 밝힌다. 朴측 유영하 변호사가 급히 구치소를 찾아 朴을 만난 다음 '내일부턴 나갈게요'라 전하면서 朴의 발가락 사건은 일주일 만에 마무리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부는 하필 이즈음 朴을 중요 증인으로 채택하고, 朴은 또다시 '왼쪽 네번째 발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를 대며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데…

#8 거친 朴과 불안한 구인장과 그걸 지켜보는 특검

朴이 발가락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청와대는 朴이 남기고 간 침대 때문에 멘붕에 빠졌어. 朴이 대통령 시절 나랏돈으로 침대를 사서 들여놨는데 朴이 파면돼서 나간 마당에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도 없고, 팔아버릴 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는 거야.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거라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고 중고로 팔아치울 수도 없는 데다 원래 주인이 누군지 다 아니까 당직자들 쓰라고 두기에도 찝찝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개카를 긁어서 새 침대를 구입해 들여놓은 상태. 크고 비싼(침대를 총 3개 샀는데 각각 669만7000원, 475만원, 80만8000원짜리) 이 침대를 어쩐다?

"놔둘수도, 버릴수도"…朴 침대 딜레마
朴 전 대통령 669만원 수입침대 살펴보니

朴이 놓고 갔다는 크고 비싼 그 침대. /사진=한국가구 홈페이지
朴이 놓고 갔다는 크고 비싼 그 침대. /사진=한국가구 홈페이지
그날이 왔어. 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네 재판에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그날이. 朴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며 '나 아파! 안 가! 안 간다고!'라 선언했지만 특검이 미리 득템한 구인영장을 들고서 강제구인에 나서겠다고 한 그날이.

하지만 특검의 손톱은 날카롭지 못하였읍니다. 저번에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네 재판에서와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고 말았읍니다. 특검 관계자가 朴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달려갔지만 朴이 손글씨로 한땀 한땀 '아파서 못 감'이라 쓴 사유서만 받아오고 말았읍니다. 이럴 거면 구인영장은 뭐하러 받은 거죠?

이쯤되면 구인장을 들고도 朴을 증인석에 세우지 못하는 검찰이 무능하게 보일 거야. 하지만 법이 그런 걸. 증인이 구인장 집행을 거절해도 따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걸. 증인이 딱히 이유도 없이 재판에 안 나오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게 고작인 걸.

반대로 朴 입장에서 보면 증인으로 안 나가는 게 최선의 전략일 수 있어. 朴은 뇌물을 받은 혐의고, 이재용 부회장은 준 혐의잖아? 그 둘이 한 자리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는데 뭐 하나라도 말이 달라져봐. 재판부는 둘이 그동안 해온 진술과 증언들을 믿어도 되나, 의심하기 시작할 거고 검찰은 빈틈을 파고들어서 논리적으로 다다다다 공격을 해올 거야.

물론 증인으로 안 나가는 게 불리할 수도 있지. 朴이 직접 자기 입으로 '그런 적 없어'라고 반박할 기회를 자기 발로 뻥 차버리는 셈이니까. 증인으로 나오랄 때 제깍제깍 나가서 꼬박꼬박 답변하고 돌아오면 나중에 재판부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군요? 참 잘했어요!'라며 징역을 몇 년 깎아줄 수도 있고.

朴과 변호인이 어떤 생각과 전략으로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거부하고 또 거부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朴은 늘 이랬어. '아파! 안 나가!'

아파도 내 재판엔 나간다. /사진=뉴스1
아파도 내 재판엔 나간다. /사진=뉴스1
'남의 재판엔 안 나가도 내 재판엔 나가'는 朴은 2017년 7월20일 본인 재판엔 멀쩡히 나왔어. 이번 재판엔 관세청 직원들이 증인으로 등판했지. 朴이 미르재단에다 돈 낸 SK그룹, 롯데그룹한테 선물로 면세점 특허를 내어준 혐의와 관련한 증인들이야. 면세점 특허는 관세청이 담당하는 업무거든. 2016년 3월에 왜 굳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기로 정한 건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직원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지.

관세청 직원들은 법정에서 이렇게 얘기했어. 원래는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줄 계획이 없었대. 연구자료를 받아보니까 특허 더 내줬다간 면세점들끼리 밥그릇 경쟁만 세지고 좋을 게 없었다는 거야. 추가로 줘봤자 1~3개 정도를 생각했대. 근데 갑자기 기획재정부가 끼어들었어. 면세점 특허를 있는대로 최대한 많이 내어주라고 한 거야. 결국 관세청은 '4개 추가'로 결론을 지었지.

기재부는 대체 뭔 생각으로 이랬을까, 궁금한 부분이지? 관세청 직원들은 '이게 다 청와대에서 시킨거'란 얘길 들었대. 그러니까 종합하면 청와대의 압박을 받은 기재부의 압박을 받은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ㄱㄱ'를 결정했고 덕분에 SK그룹과 롯데그룹은 개꿀? 개꿀!

다음날인 2017년 7월21일 재판도 '면세점'으로 대동단결하는 시간이었어.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증인으로 나왔지. 이 사람이 누구냐면 '2015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2014년에 비해 88만명 떡상'이라고 발표한 쥔공이야.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지. 2015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메르스 사태가 터졌잖아? 메르스로 난리가 난 마당에 외국인 관광객이 오겠어요, 안 오겠어요? 네. 외국인 관광객 수 떡락잼;; 폭망잼;;

메르스 때문에 이 난리가 났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오겠어요, 안 오겠어요?
메르스 때문에 이 난리가 났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오겠어요, 안 오겠어요?
검찰은 최낙균 연구위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로 가즈아!'를 결정한 기재부의 요청을 받고서 기재부가 써달라는대로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봤어. 이 연구 결과가 SK그룹, 롯데그룹 개꿀로 가는 길에 부스터를 달아줬단 거지. 최낙균 연구위원은 재판에서 '기재부 직원이 신규 특허를 2~4개 추가해야 한다는 식으로 써달라고 말했다'면서 '내가 보기에도 맞는 말 같아서 보고서에 그렇게 쓴 거'라고 밝혔어.

법원엔 여름과 겨울에 '휴정기'란 게 있어. 덥고 추우면 재판하기가 힘이 드니까 날을 정해서 한 2주 정도 법원이 문을 닫는 거지. 여름휴가, 겨울휴가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돼. 2017년 여름에도 법원은 휴정기를 가졌어. 2017년 7월24일부터 8월4일까지 쉬기로 했지. 이 기간에는 웬만큼 중요하거나 급한 사건 아니면 아예 재판이 열리질 않아.

떠나자! 휴가! /사진=뉴스1
떠나자! 휴가! /사진=뉴스1
하지만 朴네 재판은 휴정기고 뭐고 그냥 열렸어. 10월까지 모든 재판을 마치려면 지금 날이 더운 게 문제가 아니야. 남들이 쉬든 말든 朴 재판은 그대로 간다!

휴정기로 썰렁한 법원에서도 朴의 재판만큼은 계속 열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1심, 2심 판결 선고도 TV 생중계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기로 결정했어. 그전까진 주요 사건이라고 해도 재판 시작하고 2~3분밖에 촬영할 수가 없었단 말이지? 근데 이제부터는(2017년 8월1일부터는) 선고 재판을 첨부터 끝까지 쏵 다 생중계로 내보낼 수 있게 된 거야. 그렇다면 朴의 1심 선고 재판도 TV 생중계 ㄱㄱ?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생중계 가능…대법, 하급심 중계 허용

朴도 자기네 재판이 TV 생중계로 전국에 동네방네 다 공개되는 건지 궁금했나봉가? 2017년 7월25일 재판에서 변호인의 폰을 보다가 딱 걸렸어. 유영하 변호사 말로는 '재판 생중계 ㅇㅋ?' 기사를 본 거래.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한테 폰 보여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라며 주의를 줬고.

2017년 7월28일은 朴의 기억에 오래 남을 날이 될 거야, 아마도. 구속돼서 구치소 강제입갤한 이후로 나가봤자 법원이나 가던 朴이 간만에 법원 말고 딴 곳에 갔으니. 비록 그곳이 병원일지라도…

朴이 병원에 간 건 왼쪽 발가락 때문이었어. 구치소에서 확인해보니 발등까지 부었을 정도로 염증 상태가 나빠져 있더래. 그래서 이날 재판이 끝나자마자 법원에서 가까운 서울성모병원으로 가서 MRI 찍고 진료를 받고선 구치소로 컴백했지. 병원은 복도를 흰 천으로 가려서 사진기자들이 朴 사진을 못 찍게 막았어. 진료를 받고서 나올 땐 침대에 누워서 이동했는데 머리부터 발 끝까지 흰 이불로 꽁꽁 싸매서 이 사람이 朴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이었지. 호송차에 탈 땐 걸어서 탔는데 하늘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

이불말고. /사진=뉴스1
이불말고. /사진=뉴스1
발가락 MRI 찍으러 가서 뜻밖의 할리우드 파파라치st을 찍고 돌아온 朴은 다시 한 번 '의지의 한국인'임을 증명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네 재판부가 朴을 또또또… 증인으로… (이제 그만해!) 역시나 이번에도 朴은 또… 불출석 사유서를… (나 이거 알아) 재판부는 또 구인장을… (나 이거 본 적 있어ㅠ) 특검은 구인장 집행하러 또 서울구치소로… (제발ㅠ) 朴은 또 거부를… (어우 지겨워) 특검은 또 빈 손으로 컴백…

2017년 8월1일 열린 본인 재판엔 멀쩡히 잘 출석했지만 바로 다음날엔 건강이 안 좋아서 못 나간다는 朴. 강제로 팔다리를 붙잡고 끌고 나올 수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에 여성이라 그러질 못했다는 특검. 이 콜라보 덕분에 결국엔 '구인장 집행 실패'로 귀결되는 무한루프가 생성되었답니다. ^_< (찡긋)


제발! 제에에에바아아아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제발! 제에에에바아아아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이때쯤 이재용 부회장은 朴에게 경영권 승계에 힘 좀 써달란 청탁을 건네고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다 거액의 돈을 냈다는 혐의로 朴보다 더 센 일정의 재판을 받고 있었어. 주말만 쉬고 평일엔 매일 달리고, 밤도 새워가며 열일한 결과 벌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 이재용 부회장 본인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 거야. 여기서 이재용 부회장은 '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님. 정유라 지원? 모르는 일. 경영권 승계? no관심'이라고 말했어. 반면 같이 재판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정유라 지원? ㅇㅇ 내가 결정한 거. 이재용도 아냐고? ㄴㄴ 내가 따로 보고 안 함. 그룹의 사실상 총수는 나야 나! 나야 나!'라고 주장했고.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朴의 뇌물수수 혐의는 ㅇㅈ되지 않는 부분. 朴한테도 좋은 부분. 하지만 삼성은 줄곧 '朴이랑 최순실이랑 대통령 빽 내세우면서 협박하길래 억지로 돈 준 거예요. 히잉ㅠ'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朴의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ㅇㅈ각인 부분이지. 과연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될까? 뇌물죄 ㅇㅈ? no ㅇㅈ?

JTBC가 국정농단 사건을 보도하면서 특종 터뜨렸던 거, 기억 나? 최순실의 셀카도 있고 각종 청와대 서류도 들어 있었다는 문제의 태블릿PC 말이야. 朴네 변호인이 2017년 8월4일 재판에서 이 태블릿PC를 두고 딴지를 걸었어. JTBC 보도 화면을 보면 태블릿PC에 USB가 꽂혀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걸 보면 태블릿PC가 원본 그대로 보존이 된 건지, 나중에 누군가 장난질을 쳐놓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증거로 ㅇㅈ할 수 없단 주장을 펼쳤어. 그러면서 재판부한테 '이 태블릿PC를 믿어도 되는지, 어쩐 건지 알아보게 감정 ㄱㄱ하시죠'라고 요청했지. 재판부는 검토해보고 감정을 할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어.


다시 이재용 부회장 재판으로 돌아가보자.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면 朴도 유죄이기 때문에(뇌물을 준 사람이 유죄면 받은 사람도 백퍼 유죄) 이 재판 결과가 매우 중요해. 2017년 8월7일 결심공판(=선고를 내리기 전 마지막 재판)이 열리고서 특검이 구형을 했어. '판사님, 피고인 누구누구한테 징역 몇 년을 때려주세요' 요청하는 순서지.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했어. 같은 혐의로 같이 재판을 받은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10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7년을 때려달라고 요청했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날짜는 2017년 8월25일로 잡혔어. 朴네 변호인의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 과연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까? 무죄 판결을 받을까?

이재용 '뇌물죄' 유죄 땐 박근혜도 유죄?

(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