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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③ : 최순실과 함께 본격 '법정 싸움'으로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공범' 최순실과 재판 병합…여전한 '무죄' 주장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입력 : 2018/04/04 16:54|조회 : 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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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 등장.
이 몸 등장.

지난 이야기 요약 :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강제 체크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몇 차례의 검찰 조사 끝에 무려 1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이제 법정에서 '공범' 최순실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된 朴. 대통령 파면, 구속영장 발부 등 연이은 최악의 결과에도 유영하 변호사만 믿고 가는 그의 전략이 이번 재판에서만큼은 통할 수 있을 것인가!

검찰 수사에서도 그랬지만 朴 사건은 재판에서 밝혀야 할 양이 엄청났어. 혐의가 18개나 되니까 말 다했지.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바로 朴의 구속기한이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기소한 날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구속상태로 둘 수 있어. 재판 기간이 6개월을 넘겨버리면? 구치소에서 나가 집↔법원 출퇴근을 할 수 있지. 물론 검찰과 재판부가 그리 냅두진 않을 거야. 재판 진행을 서둘러서 6개월 안에 결론을 내리려 하겠지. 그래서 朴의 1심 선고가 아마도 2017년 10월을 넘기진 않을 거란 예상이 나왔어.

朴의 첫 재판 날짜는 2017년 5월2일로 잡혔어.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장미대선이 5월9일이었으니 대선을 코앞에 두고 헌 대통령이 재판정에 서는 거지. 근데 이 첫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이라서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도 돼. 혐의에 대해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어떤 입장인지, 증거는 어떤 걸 살펴볼 건지, 앞으로 재판에서 뭘 갖고 싸울 건지 등을 얘기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변호인들만 나와도 되거든. 개강하고 첫 수업 같은 거지.

지금쯤 대학생들의 심정.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지금쯤 대학생들의 심정.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과연 朴이 첫 공판준비기일에 나올까? 안 나올까? 나올 리가 없지. 그럼 朴의 변호인으로는 누가 나올까? 그 많던 변호사들 다 자르고 이제 유영하(고정픽), 채명성(차애) 변호사밖에 없는데 말이야.

이 무렵 朴에게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어. 태극기 할배할매들로부터 인기폭발이던 삼성동 집을 팔고 서초구 내곡동의 새 집으로 이사를 간 거야. 왜 뜬금없이 이사를 가냐고? 일단은 삼성동 집의 위치가 안 좋았어. 대통령에서 내려올 때 사생팬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이웃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도 있고 청와대 경호원들이 머물 경호동을 마련하기도 힘든 곳이라 집을 옮겼다는 거야. 집이 너무 오래돼서 살기도 불편했고.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란 얘기도 있어. 스펙 좋은 변호사를 구하려면 몇억원은 줘야 하는데 朴이 들고 있는 현금이 얼마 없다보니 변호사 수임료를 대려고 집을 팔고 싼 집으로 이사를 갔단 거지.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정보)에 따르면 朴은 삼성동 집을 67억5000만원을 받고 팔았고, 내곡동 집은 28억원을 주고 샀대. 그럼 남는 돈이 67-28=39억원. 세금 떼고 어쩌고 해도 35억원 넘게 남는 거지. ㄷㄷㄷ

집이 좋으면 뭘 하누. 갈 수가 없는데.
집이 좋으면 뭘 하누. 갈 수가 없는데.

자, 이제 현금도 쟁여놓은 만큼 고위법관 출신의 몸값 비싼 변호사를 모셔와야 하겠지. 하지만 이미 유명 로펌들은 대기업 회장님을 변호하는 일거리를 맡은 상황이고, 朴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관계로 다른 고스펙 변호사를 구하기 많이 어려웠다나봐. 사건 스케일에 비해 朴이 제시한 금액이 열정페이급이어서 제의를 받은 변호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단 썰도 있고.

마침 유영하 변호사가 재판부에 첫 공판준비기일 날짜를 좀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내면서 "변호사 구하기가 많이 힘들구나ㅠ" 짐작케 했는데 드.디.어. 첫 공판준비기일을 4일 앞두고서 세 명이 이름을 올렸어.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로스쿨 출신 이동찬, 남호정 변호사 등 3명을 새로 선임한 거지. 이제야 '판사' 출신 변호사를 구한 거야. 물론 단 한 명뿐이지만…

朴 전 대통령 2일 첫 공판…변호사 보강

(유영하 변호사의 의견을 재판부가 킬하면서) 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예정대로 5월2일에 열렸어. 역시나 朴은 나타나지 않았지. 대신 朴의 변호인만 출석해서 '아직 기록을 다 못 봤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어. 12만쪽이나 되는 검찰의 사건 기록을 전부 다 복사해 살펴볼 거라면서 말이야.

어차피 朴은 파면이 되든 말든, 구속이 되든 말든, 기소가 되든 말든 줄곧 '나는 순수하다'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법정에서까지 혐의를 부인할 거란 건 누가 봐도 당연하지.

과연 朴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앞으로 재판에서 드러날 거니까 朴이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 재판이 더 중요한 거. 다만 朴의 혐의가 18개나 되고 법정에 불러다가 얘기를 들어야 할 증인들도 많아서 재판할 게 넘친다는 게 문제였어. 게다가 朴을 계속 구치소에 붙들어 앉힐 수 있는 시간은 단 6개월뿐. 그 안에 결판이 나지 않으면 朴은 삼성동, 아니 내곡동 새집에 들어가게 된다고! (태극기부대의 만세 소리가 들린다)

10월이 되면 朴이 이 예쁜 집에 갈 수 있을까. /사진=뉴스1
10월이 되면 朴이 이 예쁜 집에 갈 수 있을까. /사진=뉴스1

바빠진 재판부는 재판을 후딱후딱 진행하려고 했어. 공판준비기일은 한 번만 열고 바로 정식재판으로 들어가자고 했지. 하지만 여기서 朴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태클을 걸어. 또 같은 이유야. 살펴볼 자료가 많고, 아직 다 복사도 못했는데 바로 본재판에 들어가버리면 제대로 된 변호를 할 수 없다는 거지. 12만페이지를 다 읽으려면 어쩔 수 없겠지. 재판부도 ㅇㅈ하고서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만 더 열고서 정식재판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어. 그래서 잡힌 첫 재판 날짜가 바로 2017년 5월23일이야.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재판엔 피고인이 출석을 해야 해. 그러니까 5월23일엔 구치소에 들어간 朴이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쐬고 최순실과도 만나는 날인 거지. 이미 최순실 뇌물 재판을 진행하고 있던 재판부에 朴 사건까지 떨어지자 일복 터진 재판부가 '둘의 재판을 합쳐서 진행하자(=병합)'고 했거든. 한때는 돈과 권력을 배경으로 청와대에서 비밀 정모를 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다니.

최순실이 朴과 같이 재판을 받는 게 '살을 에는 고통'이라며 불평했지만 재판부는 '朴과 최순실의 재판 내용이 많이 겹치는데 뭐하러 따로 하냐'며 바로 기각했어. 朴쪽에서도 '이미 몇 차례 최순실 재판을 진행하면서 판사들이 편견을 갖게 될 거고, 최순실을 기소한 특검은 우리 입장에선 검사가 아닌 민간인일 뿐'이라며 둘의 재판을 합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안됐지.

朴 측 "최순실 사건과 병합, 그 자체로 부적합"

그래서 5월23일 예정대로 朴의 재판 및 최순실과의 만남이 이뤄지게 됐지.

아, 그 전에 朴이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갈 뻔했어. 박영수 특검팀이 朴을 증인으로 불러다가 청와대에서 이뤄진 기치료니, 운동치료에 대해서 물어보자고 신청했거든. 재판부는 바로 날짜를 2017년 5월19일로 정했어. 朴을 예정보다 4일 앞서 볼 수 있으려나 싶었지. 원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별다른 큰 일이 없으면 재판에 나와야 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재판에 안나오면 과태료 처분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어. 다른 바쁜 일이 있어서 재판날 법정에 못 나갈 거 같으면 이러저러해서 못 나간다고 서류를 작성해 내면 돼. 그럼 재판 날짜를 바꿔주기도 하거든.

하지만 朴이 과연 증인으로 나올까?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서 안 나왔어. 내 재판 준비하기 바쁜데 남의 재판에 나가서 증인으로 설 때가 아니란 거지.

朴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朴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이즈음 말이 많던 朴의 변호인단에 드디어 새 사람이 충원됐어. 2017년 5월12일 도태우·김상률 변호사가 법원에 선임계를 냈지. 도태우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팀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말하고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태블릿PC를 훔쳤다며 JTBC 기자 등을 고발한 사람이고, 김상률 변호사는 朴의 올케(남동생 박지만 회장의 아내)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이래. 어쨌거나 둘 다 검찰 고위직에 있었다거나 부장판사를 지냈다거나 하는 고스펙은 아님주의… 또르르…

이영선 경호관네 재판에서는 朴을 또또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어. 먼젓번에 불렀는데 朴이 자기 재판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안 나왔던 거잖아? 그래서 날짜를 미뤄줌ㅋㅋ 朴 첫 정식재판이 끝나고서 며칠 뒤인 2017년 5월31일 재판에 나오라고 부른 거야. 어떻게든 朴을 불러다 얘기를 듣겠다는 재판부의 의지 ㄷㄷ

자, 드디어 朴의 첫 정식재판이 열리는 2017년 5월23일이 됐어. 구치소에 들어간 지 53일 만이야. 사람들은 궁금해 했지. 청와대에 있을 때는 몰래 의사(김영재 원장) 불러다가 보톡스 맞고, '주사 아줌마'한테서 태반주사 맞고, '기치료 아줌마' 불러다가 기 듬뿍 받고, '왕십리 원장'한테서 운동치료 받으며 열심히 얼굴과 몸을 가꾸던 朴이 구치소 급식생활 53일 만에 어떻게 달라졌을지. 朴의 '올림머리'는 어떻게 됐을지.

법무부 버스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내린 朴은 네이비 팬츠 수트 차림이었어.(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은 사복을 입을 수 있어.) 피부톤도 얼룩덜룩, 양볼이 패인 채 야윈 얼굴이었지.

그리고 머리를 올린 채였어! 구치소에서 영치금으로 산 플라스틱 핀으로 셀프 올림머리를 하고 나온 거야.

구치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헤어핀으로 빚어올린 朴의 셀프 올림머리.
구치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헤어핀으로 빚어올린 朴의 셀프 올림머리.
무려 7.7대1의 경쟁률을 뚫은 시민 방청객들과 기자들, 변호인들 등등으로 가득찬 법정에 朴이 걸어들어왔어. 좀 이따 최순실도 들어왔지. 보통의 경우라면 이 희대의 투샷을 몇십 명의 방청객들만 직관할 수 있지만 이번 재판에선 다행히 법원이 언론의 취재를 허락하면서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전국에 방송됐지. 단 한 번도 '힐끔'조차 하지 않고 앞만 보고 있는 '40년 친구'의 모습이 말이야.

[꿀빵]'로또' 같았던 박근혜 공판 방청권, 도전해봤다






재판이 시작되고 재판장이 朴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어. '전 대통령입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대.

3시간 만에 끝난 첫 재판에서 朴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했어. 그래도 정식재판이 시작하면 재판 전략을 좀 바꾸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①朴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②대기업들한테 재단에 돈 내라고 협박한 적도 없고
③최순실과 같이 돈 빼돌릴 판을 짰다고 자꾸 그러는데 뭘 어떻게 짜고쳤는지 공소장에 나와 있지도 않고
④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어서 몰랐으며
⑤최순실한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하라고 시킨 적도 없고 등등

검찰이 지적한 혐의에 대해 죄다 '그런 적 없고 모른다'라고 어깃장을 놨어.

朴측 "검찰, 상상·추론으로 기소" 18개 혐의 전부 부인
나란히 법정에 선 '40년지기' 朴-崔…서로 눈도 안 마주쳐

40년 우정…
40년 우정…
재판부는 앞으로도 쭈욱 朴과 최순실 재판을 같이 합쳐서 진행하기로(병합심리) 했어. 어차피 둘이 공범 관계라서 증인들이 많이 겹치는데 뭐하러 따로따로 하냐는 거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판할 테니 걱정말라는 얘기도 했고. 朴과 최순실 모두 같이 법정에 나오기 싫어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일. 앞으로 재판에서 朴과 최순실 사이에 40년 우정을 져버리는 싸움이 벌어질지, 40년 우정만큼의 눈물겨운 양보와 화합이 이뤄질지 궁금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