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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④ : '존버'하는 朴, '팩폭'하는 증인들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제3자 뇌물수수'란? '직권남용'이란?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입력 : 2018/04/0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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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던 내가 피고인 신세라니… 크흡.
대통령이던 내가 피고인 신세라니… 크흡.

지난 이야기 요약 : 구치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헤어핀으로 셀프 올림머리를 하고 법정에 등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40년지기 친구이자 '공범'인 최순실과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는다. 대통령 파면, 구속영장 발부 등 연이은 실패에도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인 朴은 재판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우는데… 과연 그의 '무죄' 고집이 재판에서만큼은 통할 것인가!

#4 '존버'하는 朴, '팩폭'하는 증인들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1심에선 최장 6개월까지 구속 상태로 둘 수 있어. 검찰 입장에선 6개월 안에 끝장을 봐야 한단 얘기지. 만약 6개월을 넘기는 바람에 朴이 풀려나면 朴이 밖에 나가 증거를 없앨 수도 있고, 증인들을 만나서 입을 맞출 수도 있고. 마음이 급했던 검찰은 아예 월화수목금 매일 재판을 열자고 요청했어. 주말만 쉬고 매일 강행군 ㄱㄱ하잔 거지. (체력 싸움 ㄱㄱ)

朴네는 식겁했어. 12만페이지나 되는 수사자료를 1회독 하기에도 벅찬데 매일 재판이라니 ㅎㄷㄷ. 증인들한테 물어볼 질문지 만들고, 검찰의 논리를 깨부술 또다른 논리를 만들려면 시간이 없는 것. 일주일에 3번 정도만 열자고 딜했지.

근데 재판부 입장에서도 혐의가 18개나 되지, 공범 관계인 朴과 최순실을 한꺼번에 봐야 되지, 얼른얼른 정리하고 다른 재판도 맡아야 되니까 재판을 서두르려 했어. 그래서 검찰과 朴네 입장을 두루두루 살펴서 이런 결론을 내렸어.

'일주일에 2~3번은 무조건 재판을 열고, 필요하면 4번까지도 재판할 수 있음.'

나대블츠 서울(구) 503
나대블츠 서울(구) 503
첫 재판을 통해 朴은 새로운 이름을 하나 얻었어. 바로 '나대블츠'야. 재판에 나올 때 사복으로 갈아입긴 했지만 구속된 피고인 처지기 때문에 옷깃에 수용번호 503과 '나대블츠'라 적힌 배지를 달아야 했지. 이 '나대블츠'가 뭘 의미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건 구치소에서 매긴 '공범부호'라는 거야. 법원을 오가거나 어디로 이동할 때 공범끼리 마주치지 않도록 부호를 정해서 관리하는 거지.

''는 서울구치소에서 숙박하는 국정농단 피고인들이란 뜻이고, ''는 대기업한테서 뇌물 받음, ''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란 해석들이 나왔어. (하지만 정작 구치소에선 '그런 거 아니고 무작위로 글자 조합한 거'라고 설명했으니 그냥 '썰'로 받아들이면 될 거 같아.)

박근혜 '나대블츠' 숨은 의미? 구치소 "아닌데…"



朴은 별 말이 없고 검사와 변호사들만 열심히 치고박고 싸운 첫 번째 재판이 끝날 때쯤 朴의 두 번째 재판 날짜가 잡혔어. 바로 이틀 뒤인 2017년 5월25일이야. 이 날은 '서증조사'를 하기로 했어. '서'류 '증'거를 조사한다는 얘기야. 이걸 왜 하냐면 사실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등 朴의 공범들은 이미 재판이 거의 다 진행된 상황이었어. 朴이 꼴찌로 재판에 넘겨진 거지. 그래서 공범들이 재판에서 뭐라고 증언했는지 자료들이 이미 다 마련돼 있었어.

그럼 朴네 재판에선 이 자료들을 바로 갖다 써먹으면 되겠지? 어떻게 써먹을 건지, 다른 공범들의 진술에 대한 입장이 뭔지만 얘기하면 되겠지? 이 '서증조사'를 두 번째 재판에서 하기로 한 거야.

첫 재판 때랑 똑같이 올림머리에 네이비 바지 정장을 입고서 법원에 도착한 朴은 이번엔 최순실 없이 혼자서만 재판을 받았어. 두 번째라 그런지 이번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지.

이번에도 朴네 변호인은 이거저거 다 딴지를 걸었지. 왜 벌써부터 증거조사를 하냐면서 쓸데없는 얘기로 1시간을 써버렸어. 저번 재판 때 '다음엔 서증조사 ㄱㄱ'라고 얘기가 다 됐는데 왜 뜬금포 딴지인지 모를; 유영하 변호사는 '재판 끌려고 그러는 거 아님'이라고 계속 강조했지만 아니면 뭐다?

태클은 이제 그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태클은 이제 그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검찰은 헌재 탄핵심판 때 朴네에 기록들을 다 보냈고, 그때 이미 다 살펴봤으면서 왜 자꾸 재판 진행을 방해하냐고 반박했어. 여기에 유영하 변호사가 또 뭐라뭐라 변명을 하고… 시간은 흐르고…

겨우 증거조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朴네 변호인단이 계속 검찰한테 투덜투덜, 검찰이 반박. 다시 투덜투덜, 반박, 투덜투덜, 반박… 검찰과 변호인단은 사사건건 싸웠어. 게다가 朴네가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자료(=진술조서)를 재판에서 증거로 쓰는 데에 모조리 반대하면서 무려 152명이나 되는 증인들을 불러다 신문을 벌여야 할 판이 됐지. 초장부터 이 난리인데 앞으로의 재판은 얼마나 힘들지;;

朴 2회 공판…심리계획·증거조사 방식 두고 공방

세 번째 재판 날짜는 2017년 5월29일로 잡혔어. 이번엔 본격적인 증인 신문이 이뤄지기로 했지. 그리고 이 세 번째 재판부터는 최순실의 삼성 뇌물 사건 재판과 병합되기 때문에 朴은 싫어도 최순실과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아야 해.

아, 참고로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엔 朴과 최순실의 삼성 뇌물사건을 다루기로 했어. 증인들을 불러다 질문을 퍼붓는 날이지.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두 번째 재판처럼 그동안 진행된 다른 국정농단 관계자들의 재판 기록을 살펴보기로 했고. 일주일에 4일을 달리는 빡빡한 계획이야.

전설의 '경희대 헤르미온느' 뺨치는 재판 시간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전설의 '경희대 헤르미온느' 뺨치는 재판 시간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최순실과 다시 만난 세 번째 재판에선 세 명의 증인이 나올 예정이었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지. 이 세 사람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가 뭐냐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朴이 슬쩍 끼어든 부분이 있느냐, 없느냐야.

주진형 전 사장은 국회 청문회 때 돌직구의 장인으로 화제가 됐지. 윗선에서 뭐라 하는데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서 사장에서 짤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번 朴의 재판에 나와서도 국민연금이 뜻밖에 '합병 찬성' 의견을 낸 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알아보던 차에 '이거슨 청와대의 뜻'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어.

프로팩폭러
프로팩폭러
주진형 전 사장의 활약은 또 있어. 朴한테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말한 거야. 뭐 때문이냐면 朴이 2017년 1월1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합병건을 자신과 '엮은 거'라고 억울함을 주장한 적이 있잖아? 이때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그렇게 챙기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단 말이야? 이걸 두고 주진형 전 사장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거야.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해버리면 나중에 국제소송에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고, 국민연금이 투자를 결정할 때 朴이 끼어들었다는 티를 내는 발언이라 위험하다는 거지.

김성민 전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할 때 '국민연금공단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논의를 맡기지 않았다고 증언했어. 전문위원회는 바로 앞전에 SK 합병건을 논의해서 결정을 내렸었단 말이야. 그래서 김성민 전 위원장은 이번 삼성 합병건도 빼박 전문위에 결정을 맡길 줄 알고 준비까지 해놨대. 근데 내부 직원들로 꾸려진 '투자위원회'가 갑툭튀해서 전문위를 왕따시키고 '합병 찬성 ㄱㄱ' 결정을 내렸다는 거야. 게다가 '전문위한테 맡겨달라'는 요청도 넣었는데 국민연금이 그걸 무시하고 투자위에다 일을 맡겨버렸다고 증언했어.

전문위=아싸ㅠ
전문위=아싸ㅠ
그러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기 돈 더 안 들이고 쉽고 빠르게 삼성전자 지분을 먹으려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밀어붙인 건데 그걸 朴이 밀어주고, 그 대신 삼성은 朴의 베프의 딸내미(=정유라)를 밀어줬다는 검찰 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지.

증인들 증언하고 검찰이 주장하고 변호인이 반박하면서 재판은 12시간이나 이어졌어. 하루의 반을 재판정에서 보낸 셈이지. 근데 朴이 이 12시간 동안 공개적으로 입밖으로 내뱉은 말이라곤 고작 4글자였어.

재판부가 증인한테 따로 물어볼 거 있냐고 물으니까 "없습니다"라고 말한 게 전부야. 그래도 세 번째 재판이다보니까 적응이 됐는지 20분간 졸기도 하고, 유영하 변호사와 속닥거리면서 웃기도 하고 아주 여유로웠지. 하지만 죽어도 최순실 쪽으론 시선을 돌리지 않았어. 12시간이나 최순실을 외면한 거야.

한편 이즈음 덴마크에 구금돼 있던 최순실 딸 정유라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어. 소송을 걸면서 어떻게든 덴마크에서 버티려 했는데 한국 상황을 보니 계속 이렇게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나봐. 법무부는 재빨리 정유라 송환을 준비했고 D-day는 2017년 5월31일로 정해졌지.

한국으로 강제송환 되고서도 여유 넘치는 최순실 딸램 정유라.
한국으로 강제송환 되고서도 여유 넘치는 최순실 딸램 정유라.
정유라의 귀국을 하루 앞두고 朴의 재판이 또 열렸어. 이번 증인은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 안계명 한국마사회 남부권역본부장이었지.

이상영 전 부회장이 재판에서 한 말을 살펴보면 최순실의 측근이라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나봐. 朴이 최순실 딸 정유라를 아낀다느니, 최순실이 朴의 청와대 내실을 지원하고 있다느니 하는 얘기를 박원오 전 전무한테서 들었다고 한 걸 보면 말이야.

또 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바뀌기 전에 이미 박원오 전 전무가 얘기를 흘리고 다녔대. 박원오 전 전무가 하도 자랑하길래 이상영 전 부회장이 입 좀 다물라고 주의를 줬단 걸 보면 얼마나 으쓱거리고 다녔을지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안계명 본부장은 박원오랑 친했는데 박원오한테서 朴과 최순실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어.

"정윤회 문건 보도 전부터 최순실이 비선실세란 소문 있었다"

박원오 전 전무가 뭐라고 떠들고 다녔냐면요…
박원오 전 전무가 뭐라고 떠들고 다녔냐면요…
이번에도 역시나 朴은 별 말을 하지 않았어.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으니까 고개만 도리도리;; 재판부는 2017년 6월1일로 다음 재판 날짜를 잡았는데 이 날은 朴만 나오기로 하고 재판을 끝냈지.

그러니까 2017년 5월31일엔 朴의 재판이 없는 거야. 근데 朴이 구치소에서 나와 또다시 서울중앙지법에 강제등판해야 할 일이 생겨버렸어. 예전에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에 朴이 증인으로 채택됐던 거, 기억 나? 朴이 안 나간다고 했는데 재판부가 날짜까지 미뤄주며 다시 한 번 증인으로 채택했잖아.

근데 朴도 참 대단하지. 또 안나갔어. 자기 재판 하느라 바쁘고 건강도 안 좋다면서. 두 번이나 거절당한 재판부는 강제구인장을 발부했어. 제 발로 안 나오겠다면 억지로라도 끌고 오겠뙇! 재판부는 참지 않는다!

말티즈도 참지 않고 재판부도 참지 않긔! /사진='보듬' 유튜브 영상
말티즈도 참지 않고 재판부도 참지 않긔! /사진='보듬' 유튜브 영상
그 이영선 전 경호관의 재판 날짜가 바로 2017년 5월31일이야. 그동안 본인의 재판에서도 입도 뻥긋 안했던 사람이 남의 재판에 증인으로 불려가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또 말은 안 하고 고개만 끄덕끄덕 도리도리 하다 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예상대로 朴은 구인장을 거절하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어. 검사가 구치소에 가서 1시간이나 설득했는데도 싫다고 했대. 억지로 힘으로 끌고나올 수도 있지만 여성인데다 전직 대통령이고,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강제로 끌어내진 못했대.

구치소 존버의 아이콘이 요기잉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구치소 존버의 아이콘이 요기잉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특검이 빈 손으로 돌아온 걸 확인한 이영선네 재판부는 어차피 구인장 또 발부해봤자 朴이 거절하고 버틸 게 뻔하다고 판단해서 그냥 증인 신청을 취소해 버렸어. 朴이 기싸움에서 1승을 거둔 셈이지. (존버가 답이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