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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폐문' 안내하는 점자블록…시각장애인 '눈' 또 가린다

공공기관·도로서 점자블록 무용지물…인식개선 및 제도적 개선 필요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강주헌 기자|입력 : 2018/04/18 04:30|조회 : 6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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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서울시 중구 시민청 입구. 점자블록이 폐문으로 이어졌다. 문 뒤에는 광고판이 놓여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지난 3월 16일 서울시 중구 시민청 입구. 점자블록이 폐문으로 이어졌다. 문 뒤에는 광고판이 놓여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지난달 서울시민청(이하 시민청)을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 내린 시각장애인 이창현씨(27). 그는 시청역부터 점자블록을 이용해 한걸음 한걸음 시민청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 힘으로 시민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점자블록을 통해 도착한 시민청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 닫힌 문 뒤로는 서울시청사 투어를 안내하는 광고판이 놓여있었다. 결국 그는 지나가는 시민의 도움을 받아 점자블록이 없는 옆문을 통해 시민청에 들어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일부 공공기관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나침반'이다. 직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게 유도하는 '선형블록'과 장애물이나 위험지역을 경고하는 '점형블록'으로 나뉜다. 점자블록이 없거나 훼손된 도로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때문에 혼자 이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민들의 출입이 빈번한 주민센터의 경우 점자블록 시설이 특히 열악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시 소재 주민센터의 점자블록 부적정 설치 및 미설치율이 75.4%에 달했다. 서울시를 제외한 9개 시·도 324개 주민센터의 점자블록 부적절 설치 및 미설치 비율은 77.9%였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뒤쪽 출입문. 점자블록이 유도한 문이 닫혀 있다. /사진=강주헌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뒤쪽 출입문. 점자블록이 유도한 문이 닫혀 있다. /사진=강주헌 기자
국회·법원·구청·국가인권위원회 등 일부 대형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설치가 잘 돼있더라도 시민청처럼 점자블록과 연결된 건물 출입문을 닫았거나, 점자블록을 가리는 시설물 탓에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16일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결과 실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의 경우 점자블록이 설치된 문만 닫아놓았다.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출입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북구청 본관 앞은 카펫이 점자블록을 덮었고, 구청 민원실 내부에는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 이동식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출입구 앞도 카펫이 점자블록을 덮었다.

이창현씨는 "블록이 깔려 있는 부분만 시각장애인이 자의적으로 통행할 수 있다"며 "블록이 잘못됐다고 느끼면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만? 길거리도 마찬가지

대중교통 시설과 보도 등에 설치된 점자블록 또한 관리가 취약해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1호선 시청역 지하상가 연결통로에 설치된 한 점자블록은 사람이 통행할 수 없는 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과거 사용하던 출입문을 막았지만 점자블록은 '업데이트'하지 않은 까닭이다. 서울 도심 종로에서는 일부 점자블록이 닳거나 깨졌지만 보수·교체 작업을 하지 않아 의미를 알 수 없는 형태로 점자블록이 배치된 경우도 있었다.

1호선 시청역 지하 보도. 점자블록이 막힌 문으로 유도하고 있다. /사진=강주헌 기자
1호선 시청역 지하 보도. 점자블록이 막힌 문으로 유도하고 있다. /사진=강주헌 기자
이렇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은 보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을 불안전하고 불편하다고 느낀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보도 이용만족도는 46점으로 비장애인 평균 58점에 비해 낮다.

시각장애인 나나라씨는 "점자블록 위 노점상과 주차된 차량 때문에 애를 먹는다"며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길을 잘 찾게 도와주는 '단서'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불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무지'와 '무관심'의 사이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블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로 '무지'와 '무관심'을 꼽는다. 위의 시민청 점자블록 사례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시민청 관계자는 "천장누수 때문에 4~5일 전부터 닫았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출입문은 그 전부터 닫혀 있었다.

이창현씨는 "심지어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분들 중에서 점자블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고 설치해 방향이 잘못된 경우도 있다"며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책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연합회에서 점자블록 시정 요청을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선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편의시설지원센터 연구원은 "공공건물 내 점자블록 문제는 상위 공공기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설치만이 능사가 아니라 관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