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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① : '대통령'에서 '수인번호 503'으로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구속'이란? '구속영장'이란?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입력 : 2018/04/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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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머나먼 옛날 이야기가 돼버린 대통령 시절의 박근혜.
이제는 머나먼 옛날 이야기가 돼버린 대통령 시절의 박근혜.
2017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흔들어놓은 대형사건이 있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친구 최순실의 바로 그 사건, 국정농단 사건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40년 친구와 짜고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여간 구치소 밥을 먹으며 재판을 받아왔다.

드디어 오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503=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의 1심 선고가 내려진다. 재판부의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지난 1년간 검찰에서, 법원에서, 밖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정하고 그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대한민국의 '법'과 '정치'가 녹아있더라. 다양한 인물들의 말과 생각이 얽히고 설켜있더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을테고, 우리들은 이번 사건을 돌아보며 우리의 '법'과 '정치'가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머리를 싸매고 빅픽처를 그릴 때다. 구도 잡고 밑그림 작업을 하려면 그림의 주인공을 찬찬히 뜯어봐야겠지? 이러한 연유로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1년여 간의 기록을 쉽게 정리했다.





#1 '대한민국 대통령'에서 '503'으로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결정했어. 그걸 청와대 관저에서 TV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朴은 할 말을 잃었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서 수석비서관들이 한데 모여 '앞으로 어떡하지?' 논의를 하고서 관저에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朴은 아무 말도 안했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하고서 입꾹.

대통령에서 잘리면서 이제 더이상 청와대는 朴 집이 아니건만 朴은 곧바로 청와대를 나오지 않았어. 아니 못했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자기네 집은 비운 지 오래돼서 여기저기 다 고장난 상태였거든.(특히 보일러) 침대도 3개나 사서 들여놓고, 진돗개 커플에다 새끼들까지 기르고 있었는데 다 두고 가야 하는 잘린 대통령 신세. 처량.

주인 잘못 만난 댕댕이ㅠ /사진=뉴스1
주인 잘못 만난 댕댕이ㅠ /사진=뉴스1
뒤늦은 후회.
뒤늦은 후회.
한편 그 시각 재판을 받고 있던 朴의 (구)절친 최순실은 변호사한테서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듣고서 대성통곡을 했다고…(최순실 조카 장시호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 고자질잼)

朴의 파면 소식을 들은 검찰은 '이때다! 수사 가즈아~!' 모드로 전환하고서 체포영장을 칠까, 구속영장을 칠까 고민에 들어갔어. 이제 대통령도 아니니까 #불소추특권이 사라져서 체포 ㅇㅋ, 구속도 ㅇㅋ(영장만 나온다면)가 됐거든.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검팀에서 朴의 혐의를 13개나 달아놨기 때문에 수사할 게 많기도 했고.

朴은 탄핵당하고서 이틀을 더 청와대에 있다가 3월12일 저녁에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집으로 돌아갔어. 경호팀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뻥뻥 뚫린 도로를 LTE로 통과해 태극기 부대가 기다리는 삼성동으로 갔지.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서 朴은 집으로 들어갔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신 입장문을 읽었어. '국민들께 ㅈㅅ' 같은 건 없었고 '임기 못채워서 ㅈㅅ.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고 믿음'이란 내용이 전부였지. 대놓고 말은 안(못)했지만 사실상 헌재 판결을 ㅇㅈ할 수 없다는 거였지.

朴 전 대통령은 왜 '탄핵 기각'을 확신했나

朴이 물 새고 보일러도 고장난 집에서 민간인 생활을 시작했을 때 최순실은 재판 받느라 바빴어. 2017년 3월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심리한 재판에서 최순실은 "국정농단의 일당으로 앉아 있게 돼 국민들께 죄송하고 마음이 착잡하다"면서도 '내가 나 먹고살자고 한 거 아니잖아? 나라를 위해 한 거잖아'라며 억울하단 얘기를 늘어놨지. 삼성한테서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에 대해서는 '난 삼성 승계고 뭐고 몰라. 뇌물죄? 검찰 어거지'라고 주장했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17년 3월14일 이 와중에도 집으로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손질받은 朴을 두고 '내일 검찰 조사 받으러 올 날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파면 당하고 대통령에서 잘린 지 5일 만에 서둘러 조사 날짜를 잡은 거지. 朴은 검찰 조사에 대비해 6명의 변호인을 선임했어. 정장현, 위재민, 서성건, 채명성, 손범규, 황성욱 변호사인데 다들 헌재의 탄핵심판 때 일했던 사람들이야. (막말 서석구, 김평우 변호사는… 또르르…)

집주인은 알았을까. 이때가 마지막으로 집에 간 날이란 걸?
집주인은 알았을까. 이때가 마지막으로 집에 간 날이란 걸?
2017년 3월15일 검찰 특수본은 朴에게 '3월21일 오전 9시30분'까지 검찰로 나와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어. 그런데 그동안 朴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고 해놓고선 말 바꾸고 핑계 대면서 검찰 조사따위 무시했지.

그렇다고 朴이 평소대로 검찰 조사를 피해갈 수가 없는 게 이제는 대통령 신분이 아니라서 구속될 수 있거든.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구치소에 들어가 있어서 분위기가 매우 안좋았거든. 까딱하면 삼성동 집에 돌아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구치소에 가야 할지도 모르거든.

그래서인지 朴측은 검찰이 '21일'을 통보하고서 6시간 만에 '21일 ㅇㅋ'라고 답했어. 출석날까지 6일 정도 남다보니까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朴측 변호사들 스펙이 좀 뒤처진다는 거였어.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대비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쯤은 해봤던 고스펙 변호인을 구했었는데 朴네 변호인들(朴의 최애 유영하, 최근서, 이상용 변호사 추가 입갤)은 거기에 비하면 좀 경력이 심심했어. 朴측은 '뒤에서 남들 모르게 스펙 떨어지는 변호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어쨌거나 모두 9명의 변호사로 꾸린 변호인단과 함께 예상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던 朴은 3월21일 드.디.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집을 나왔어. 전날 朴측 손범규 변호사에 언론에다가 '朴이 직접 입장 밝힐 거'라고 밝혔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기 전에 뭔가 대단한 얘기를 할 줄 알고 모든 국민이 TV 생중계를 지켜봤는데! 봤는데!!

반전이라곤 없는 사람.
반전이라곤 없는 사람.
이쯤 되면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검찰 청사 앞에서 朴이 한 말이라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가 전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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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어. 나는 모르는 일이고, 억울하고, 원래 다 그렇게 하는 일이고, 좋은 뜻으로 한 거다 등등. 14시간이나 조사를 받고서 다음날 새벽에야 검찰 청사를 나온 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삼성동 집으로 돌아갔어. 조사도 끝났으니 이젠 뭐? '구 to the 속'으로 가느냐, 마느냐!

檢·朴 한 테이블에서 사활 건 힘겨루기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사건인 만큼 구속영장을 칠 거냐, 말 거냐는 검찰총장이 직접 결정해서 지시하곤 하지. 다들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까 궁금해 했어. 혐의가 13개나 되고, 사건에 얽힌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태란 점은 朴에게 좋지 않은 사실이었지.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칠 거 같은 분위기가 짙어지기도 했고.

구속영장을 칠 거냐, 말 거냐. 두개골 빠개지게 고민했을 김수남 전 검찰총장.
구속영장을 칠 거냐, 말 거냐. 두개골 빠개지게 고민했을 김수남 전 검찰총장.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검찰은 2017년 3월27일 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어. 혐의가 너무 많고 하나같이 만만치가 않은데다 朴을 불구속 상태로 뒀다간 증거를 조작하거나 없앨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야. 또 다른 관련 인물들은 대부분 구속돼 있는데 朴만 풀어주면 다른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겠어?

자, 이제 검찰의 고민은 끝났고 다음은 법원이 열일할 차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피의자는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해. 법원은 피의자를 불러다가 질문도 하고 얘기를 들어. 그 다음에 피의자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어느 정도 밝혀졌느냐(범죄혐의 소명), 증거를 조작하거나 없앨 만한 사람이냐(증거인멸 가능성), 도망갈 만한 애냐(도주의 우려) 등등을 따져서 피의자를 못 믿겠으면 구속영장을 내줘. 그러면 피의자는 구치소에 가게 되는 거지.



朴은 어찌 됐게? 아직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만 했을 뿐인데 '朴이 유죄 판결 받으면 징역 몇 년이나 나올까'를 살펴보는 기사들이 나온 걸 보면 각이 나오지? 네. 그것은 또 현실이 되었습니다. 2017년 3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朴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는데 다음날 새벽에 나온 결과는…

'po구속영장 발부wer' 강부영 판사가 구속영장을 내준 이유는 이거였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

핫플로 떠오른 서울구치소. /사진=뉴스1
핫플로 떠오른 서울구치소. /사진=뉴스1
자, 이쯤에서 1년 전 언론들이 예측한 朴의 징역 기간을 실제 선고 결과와 비교해 볼까? 여러가지 전망이 나왔지만 종합하면 이래.

'만약 朴의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면 최소 징역 5년~최대 징역 45년이 나올 가능성이 높음. 선고유예? 집행유예? 그런 건 기대하지마.' 참고로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 당시 트위터에 '족히 실형 15년은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어.

'430억대 뇌물수수 혐의' 朴, 유죄 인정될 경우 형량은
조국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실형 15년 받을것"

강제 서울구치소행이 결정된 朴은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을 지운 민낯으로 검찰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갔지.

각종 주사 뽐뿌 쏵 사라지는 짤.
각종 주사 뽐뿌 쏵 사라지는 짤.
대통령의 딸로, 국회의원으로, 정당 대표로, 대통령으로 떵떵 거리며 살던 생활에 비하면 구치소 라이프는 한마디로 헬게 오픈이었을 거야. 머그샷도 찍어야 하고, 수의로 갈아입어야 하고, 방에 들어가서는 한끼에 1414원짜리 짬밥을 먹어야 하지. 혼밥 후에 식판은 셀프 설거지를 해야 하고.

대통령에서 잘리고서 21일 만에 '수용번호 503번'의 미결수용자 신분이 된 朴은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길게는 20일 동안 구치소 라이프를 즐겨야 해. 한 번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10일까지 잡아둘 수 있고, 1회 연장(역시 10일)이 가능하거든.

(2편에서 계속)